현혹
1층에서 글을 쓰다 문득 필요한 책이 생겨, 엘레베이터를 타고 4층으로 올라갔다.
그리고 다시 엘레베이터 앞에 섰을 때.
- 4 - 엘레베이터는 이미 내려갈 준비가 되어 있었다.
갑자기 나는 갑자기 계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.
계단 하나에, 유리창 하나.
그 사이로 세상 하나가 보였다.
그리고 입에선 실없는 소리가 새어 나왔지.
.. 밤이었나?
밤이었다.
하늘은 까만색이었고, 집집마다 하얀 얼굴을 내보이고 있었다.
8:30 과 여덟시 반 사이에 차이.
아. 그 건 그 거였고 .. 이게 밤이었구나.
아마. 이런 차이.
잠시 하나만큼의 계단에 멈춰 서 창밖을 바라봤다.
하나의 시간만큼.
낯설다.
창 밖 내다보는 걸 좋아하던 내가
그 풍경마저 낯설어하다니.
참, 이렇게 쉽구나.
밤하늘이 까만지도 까먹고
무얼 하며 살는지도 모르고 사는 건
참, 이렇게 쉽구나.
나는 현혹되어 살아간다.
렌즈로 붙잡은 과거의 시간,
그 폭을 줄였다 늘렸다 자르고 붙이는 일을 한다.
훅- 불어왔다, 잡혔다, 하지만 결국 사라질 빛의 조각.
그 속에서 한 순간을 잡아내기 위해 애를 쓴다.
오직 내게만 멈춰버린 시간.
절대 가까워질 수 없는 그 시간에 점점 가까워진다 느껴지면
검은 눈동자는 들뜨겠지.
하지만 그 건 손을 뻗는 시늉.
스쳐지나가는 옷자락, 그 보다 먼저
사람은 갔다.
나는 현혹되어 살아간다.
책에서 한 문장을 찾아내기위해 애쓴다.
무슨 말이든, 누군가의 말이든, 앞 뒤 자른 말이든, 모두 들이킨다.
독서가 아니라, 변명에 가까운 행위.
설명해선 안 되는 걸 설명하려는 지친 몸부림과
어디에서도 영영 찾을 수 없은 거란 갈증..
두렵다. 너무나 두렵다.
흘린 말에 현혹되고
흘러갈 감정에 현혹되고
만들어낸 망상과 갇힌 슬픔과 아름답고 잔인하고 하지만 결국 아름다운 척 잔인한 척 하는 것에 현혹되어
살아가다
살아가다..
오늘 밤에서야
밤하늘을 봤다.
그리고 알았다.
맞아. 그래서 하늘을 보지 않기 시작했지.
대신 다른 곳에서 찾으려 했어. 하지만 거기도.
여기도.
어디에도
찾을 수가 없었지.
.
다다다..
무심히, 그리고 빠르게 계단을 달려 내려온다.
익숙하고도 작은 방에 숨는다.
그리고 익숙히 무언가 찾는 척 글을 쓰겠지.
하지만
언제까지 찾는 척 할 수 있을까.
도대체
언제까지 찾는 척만 할 것이란 말인가.
내가 나를 알 수가 없다.
없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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[writing] 놀랍다 할 말을 대신 해준다니 - retweet 에 대해
[writing] 놀랍다 할 말을 대신 해준다니 - retweet 에 대해 Writing/아무말 2011/10/03 20:21놀랍다 할 말을 대신 해준다니 - retweet 에 대해
retweet 이라는 것은
정보전달과 확산력에서 놀라운 능력으로 잘 알려져 있다.
하지만 내가 놀라워 하는 점은,
좀 다른 지점이다.
'할 말을 대신 해준다니.'
구지 말을 생각해내지 않아도 좋다.
사실 느낌이나 생각이 '말'이란 걸로 잘 떠오르지 않을 때가 많으니까..
그럴 땐 타임라인을 읽어내려 가자.
스크롤을 죽 내리다보면
늘
항상,
어느 순간에나! 놀랍게도!
내가 하고 싶었던, 혹은 '아마 이런 말이 하고 싶었던 거야.' 싶은 트윗을 찾는다.
그러면 그냥 클릭하면 되는 것이다.
retweet! (그 이름마저 웬지 경쾌하다)
정말, 클릭 한 번으로 할 말을 대신 해준다.
어쩌면 내 입으로 말하는 것보다 더 잘...
(주로 리트윗하는 것은 '명대사 봇' '기형도 봇' '이상 봇' '홍상수 봇' '보노보노 봇' 이니..
나는 사람 말보다 봇의 말을 더 많이 리트윗한다. I love robot!)
그러다보니 어느 순간부터 자판을 두둘겨, 트윗을 날리지 않는다.
클릭! 리트윗, 클릭! 리트윗, 오직 리트윗만.
리트윗으로만 이루어진 내 타임라인을 보다보면
질문이 든다.
별건 아니고.. 앞으로 어떻게 되는 걸까?
리트윗이란 초록색 장바구니에 손쉽게 담겨버린 내 기분. 그리고 내느낌, 내감정, 내생각들은?
리트윗이란 슈퍼 키트로 대체되거나 간소화되고 있을 내 뇌의 회로는?
그리고 내 마음은?
편리함과 손쉬움은
항상 어떤 '지점'을 넘어설 때까지
잘 느껴지지 않는다. (그렇기에 편안하다고 하는 거겠지?)
그래서 숟가락을 입에 꽂다 코에 꽂다가
불쑥 느끼는 불안감과 같은 것.
이렇게 편안해도 되는 걸까?
이렇게 손쉬워도 되는걸까?
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?
.
수 많은 인용과 끌어옴으로
이루어진 "나의 하루 타임라인(My day timeline)"은
그 파편적인 모음만으로도 '나'와 가깝고
동시에 어느 것도 '내'가 하는 말이 아니다.
답이 보이거나
앞이 보이진 않는다.
앞으로 트위터를 계속 할 거고 페이스북도 계속 할 거고
아마 SNS 를 넘는 , SSNS (Super SNS) 이 나오면 얼른 갈아타겠지.
그렇게 나 자신을 실험체로 삼아, 계속 질문을 던져보는 수밖에 없다.
해볼때까지 해보고, 쓸려가볼때까지 쓸려가보고 Yo!
그리고 늘 문제는 '좋은 이기' 가 아닌,
좋은 걸 나쁘게 쓰고, 바보 같이 끝장날때까지 망가지는
'안 좋은 사람' 에게 있으니.
그리고 난 일단 SNS 이 좋잖아? I like it!
하하. 난 안 좋은 사람
하하. 난 안 좋은 사람들이 좋아. 로봇보다 더. I love you!
근데 난 가끔 내가 로봇이면 좋겠지.
이건 또 뭔 소리래
?
바로 이럴 때야!
의체화 시술 하러 가자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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